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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얗게 펴 있던 벚꽃이 한잎 두잎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순천시립극단의 창립 20주년 작품인 벚꽃동산을 보러 갔다.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는 스크린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영화와는 달리 배우들과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고,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하는 장르들이다. 문화예술회관에는 다양한 작품들의 공연이 자주 있는데, 아버지께서 예술회관에서 근무하실 때는 자주 가서 공연을 보기도 하고, 미술전을 관람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버지께서 근무하시지도 않고 고등학생이 된 터라 시간이 없어서 보고 싶은 공연이 생겨도 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체홉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벚꽃이 흩날리는 이 계절에 본 벚꽃동산은 백과사전에도 나왔을 만큼 광할하고 아름다운 벚꽃동산의 여지주 라넵스까야는 5년간의 파리생활을 청산하고 백야가 눈부신 5월에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농노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벚꽃동산은 빚더미에 올라 이자를 갚지 못하면 경매 처분될 위기에 처해있다. 과거 농노시절에 라넵스까야의 너그러운 인품을 기억하는 신흥 재벌 로빠힌은 라넵스까야와 그의 오빠 가예프에게 벚꽃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가예프와 라넵스까야에게는 오랜 추억이 담겨져 있는 벚꽃동산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로빠힌의 제안을 거절한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벚꽃동산은 경매에 붙여지기 되며, 벛꽃동산은 결국 로빠힌의 것이 되자 가족들은 다시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 피리스의 죽음으로 이 연극은 막을 내리게 된다.
연극에서 라넵스까야는 어쩔 수 없이 벚꽃동산을 잃은 게 아니라. 돈을 아낄 줄 모르는 습관 때문에 벚꽃동산을 지킬 수 없었던 거 같다. 벚꽃동산에 경매처분이 될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악사를 집에 불러와서 파티를 열고 있지를 않나. 지나가는 거지에게 덜컥 금화를 내어주지 않나.. 보는 내가 다 답답할 지경이었다. 오히려 딸 바랴가 더 현명하겠다는 생각과 벚꽃동산의 지주는 바랴의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그리고 로빠힌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극 중에도 바랴와 로빠힌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듯 했다. 그래서 난 벚꽃동산이 로빠힌에게 팔렸다고 했을 때, 아 로빠힌이 이 벚꽃동산을 가지고 바랴에게 청혼을 하겠구나 하고 안도했는데, 라넵스까야네 가족이 다시 흩어지는 것을 보고 조금 실망했다. 또한, 결말이 피리스가 생을 마감하는 걸로 표현이 되어서 조금 슬펐다. 가장 오랫동안 벚꽃동산을 지켜왔던 피리스가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앞으로 벚꽃동산에 닥칠 위기를 암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고, 벚꽃동산을 훼손을 시키려고만 하는 로빠힌이 조금은 미웠다.
이 연극이 다른 연극들과 달리 더 인상 깊었던 점은 배우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극 중간 중간에 배우들이 객석에서부터 등장하지를 않나. 아냐와 뻬쨔는 객석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주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또한 극 중의 깜짝 출연과 개의 돌발행동들은 관객들을 웃음 짓게 했다. 우리가 공연을 본 날은 시립합창단의 지휘자 분께서 특별출연해 주셨지만, 다른 공연에서는 노관규 시장님께서 직접 연극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시려고 노력하는 시장님의 모습이 더 멋져보였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이렇게 신선한 공연을 보여주신 점 감사드리고, 이 연극을 준비하느라 연습실에서 고생하신 배우들에게도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쳐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이렇게 좋을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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