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은 저에게 바냐아저씨 이후로 만나는 두 번째 작품입니다.
2년 전 연극이 보고 싶다는 말에 가족이 순천시립극단이 하는 연극을 보러갔었습니다.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멀리서 본 기억밖에 없었는데 그 공연은 색다르게 작은 의자들을 놓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고 그 당시 저에게는 안톤 체홉의 바냐아저씨는 처음 접하는 연극이라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는 가까이서 배우분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스크린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연극의 큰 매력이라 느꼈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처음 본 저에겐 의사와 퇴임교수의 아내의 키스는 충격이었습니다. 영화는 한번이지만 연극은 계속 해야 하는 데 그것을 좋아하는 감정 없이 했다는 것에 그 배우들의 열정에 놀라웠습니다.(그런데 벚꽃동산에도 있더군요. 정말 배우분들의 연기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 충격을 가지고 2년이 흐른 후 우연히 찾아온 연극관람의 기회... 2년 전 연극 극단과 같은 극단이라 더욱 기뻤습니다. 무조건 갈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할인까지! 금상첨화였죠. 설레는 마음으로 벚꽃동산을 보았습니다. 왠지 같은 시립극단이라서 바냐아저씨 때 보았던 배우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배우들이 나오실 때마다 얼굴을 뚫어져라 집중해서 살펴보았는데 결국 라넵스까야역의 양숙량 씨와 피르스 역의 최성귀 씨 이두분만 알아보고... 나머지 분들을 못 알아보았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바냐아저씨 때 최성귀씨가 퇴임교수였고 양숙량씨가 그의 부인 역이었던 것 같아요. 그 충격의 주인공... 그분들은 절 모르시겠지만 전 낯익은 얼굴이라 반가웠고 그 덕에 연극에 더 집중하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벚꽃동산에서 라넵스까야가 예전의 추억이 깃들어있는 곳이 경매로 넘어갈 참인데 악사까지 불러와서 파티를 하는걸 보고 제 속이 다 타들어갔습니다.^^; 라넵스까야님께 죄송하지만 그 집안에서 바랴말고는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어요. 또 바랴가 너무 현실에 집착해서 다른 사람들이 돈을 흥청망청 쓴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바랴가 아니었다면 라넵스까야는 더욱 돈을 계속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벚꽃동산이 넘어가게 되고 떠나는 날 로빠힌이 바랴에게 청혼을 하려고 하길래 ‘아, 청혼을 한 다음 이 벚꽃동산을 지키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청혼은 무슨...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내로 떠나가게 내버려 두더군요. 로빠힌이 한심했어요. 그리고 결국 팔린 벚꽃동산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로빠힌은 그 아름다운 벚꽃보다 별장이 더 좋았을까요?
그저 돈에 눈이 멀어 그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한 것 같아 로빠힌이 안타까울 따름이예요. 중간중간 희극적인 요소가 있어 좋았지만 무엇보다 맨 마지막 숨어 있다가 텅텅 빈 아무도 없는 집에서 끝내 피르스가 조금씩 현재와 멀어질 때 저의 눈가가 젖어있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분들에게 당장 감동을 전할 방법은 박수를 치는 것 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서 힘껏 박수를 쳤습니다. 정말 최고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 많이 보여주세요.
이런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준 순천시립극단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