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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 입장부터 순조롭지는 못했다.
일찍 와서 느긋하게 들어갈까? 생각하고 왔었는데 이게 왠일? 연극을 보려고 하는 제일고 학생은 분명 70명 이상일텐데 표는 70개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니. 아, 이러다 연극도 못보고 집에 가는건가 생각했었는데 다행히도 들어갈 수 있었다.(일찍 오길 잘한듯?)
내용은 조금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
일단 이름부터가 러시아 이름이어서 그런지 배우들과 매치가 잘 안되서 고생했다. (야샤 라던가 빼쨔 라던가.)
그리고 내용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나샤와 야샤는 어떤 사이였을까? 왜 두나샤는 야샤를 그렇게 사랑하고 야샤는 두나샤에게 그렇게 차갑게 굴까? 연극 관람 중에도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생겨났다.
물론 내가 연극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에 이해할 수 없는게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설명을 덧붙인 채로 시작했다면 나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가장 좋았던 인물은 아무래도 역시 라네프스까야 부인이다.
대지주였던 때의 헤픈 씀씀이를 버리지 못하고 돈을 주체없이 낭비하는 라네프스까야 부인을 보고 정말 불안했었는데 결국 벚꽃동산이 팔리게 되어서 안타까웠다.
특히 로빠힌에게 동산이 팔리고, 그가 벚꽃나무들을 자르고 별장을 만들겠다 했을때의 부인의 얼굴은 정말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서 그녀가 좋았던 것 같다. 철부지에 세상물정도 전혀 모르지만 그렇기에 명랑쾌활하고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라네프스까야 부인.
배우분이 마치 라네프스까야 부인을 여기 데려온 것 같이 연기를 너무 잘 해주셔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은 피르스의 죽음이다.
거기 숨어있었을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해서 놀랐던 거기도 했지만, 벚꽃동산과 같이 생을 마감하는 그를 보며 왠지모를 가슴찡함을 느꼈다.
끝으로 조금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자면, 극중 그 개 !!
부인의 숄을 물어뜯고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개가 너무 귀여워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음에도 이런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면 아마 한밤중이 되어서 끝날지라도 보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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