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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인형의 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배워서 조금은 익숙했던 작품이라 주저없이
보기로 결심했다.
얼마 전에 했던 '넌센스'에서 스탭으로 알바를 했었다.
그래서 대극장이 어떻게 생긴지도 알았고, 관객은
어디로 입장해야 하는 지도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한 곳으로 안내를 하는 거였다.
객석으로 들어가는 옆문마저 지나쳤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다.
계속 '뭐지???'하는 의문을 갖고 안내하는 곳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의지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도착해보니 분명 대극장이라고 써 있었건만 너무나 작은
무대와 객석이 보였다. 에엥????????
어쨌든 객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순천대에서 1학년 때 수강했던 연극영화의 이해, 연극학 개론
수업에서 무대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무대를 본 순간 또 한 번
속으로 에엥?????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무대와 객석이 나란하게 있었다.
여태까지 보아온 무대는 거의 단이 있어서 객석과 높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무대를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맨 앞줄의 맨 끝에 있었지만 잘 보였다. 너무나 잘 보였다.
또한 고개를 높이 들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배우들과 가까이 함께 호흡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연출하셨던 분이 나와서 설명하시기 전까진
가장 중요한 걸 알지 못했다.
그 무대는 무대를 반으로 나눈 것이다.
즉 무대 위에 객석을 만든 것이다.
무대를 무대만으로 쓰지 않고 객석으로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존경스러웠다.
배우들의 표정을 주시해달라는 말에, 말 그대로 뚫어져라 봤다.
노라와 헬머가 중심이 되는 그 순간에도 극에 충실하며
표정연기를 하고 있던 크리스티나와 랭크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무대가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았더라면,
무대가 객석보다 조금 더 위에 있었더라면,
그리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가까이, 나란히 했기에
배우들의 표정을 주시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볼 수 있었을까?
철학과에서 배우는 것들 중 중요한 하나는 발상의 전환이다.
그것을 난 '인형의 집'을 준비한 순천시립극단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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