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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형의 집'을 보고
공연 시작 전. 무대 위로 올린 독특한 객석에 앉아 눈앞에 펼쳐져 있는 연극의 무대를 살펴보았다. 앞에 보이는 무대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책속의 무대가 그대로 튀어나온 느낌이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대 위로 나와는 너무나 다른 옷차림의 배우들이 나와 일상적인 행동을 하듯, 무대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무대의 소품들을 정리하며 연극시작 전에 감정을 잡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꼭 눈앞에 있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듯했다. 그러나 연극이 시작되어 무대와 객석으로 내리는 눈을 맞으니, 내가 어느새 그들과 같은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극이 시작되고, 노라가 경쾌하게 등장했다. 희곡에 쓰여 있던 것처럼 양손가득 선물 상자를 든 채. 배우의 경쾌한 동작과 실감나는 표정이 좋았다. 울림이 있는 생목소리와 작은 표정연기 하나까지 정말 마음에 꼭 들었다. 희곡으로 읽기만 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이런 맛 때문에 사람들이 연극을 찾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극은 사실 내가 읽었던 희곡과는 차이가 있었다. 무대 배경이라던가 등장인물 그리고 내용까지. 그래도 중심인물과 중심 내용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희곡과 극의 내용은 거의 유사했다. 극은 시간과 장소라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희곡의 내용을 그대로 행동으로 복사해 놓지 않았다. 과감히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생략하고 대사는 요약해서 연기했다. 희곡과는 다른 무대에서의 빠른 전개. 그걸 보면서 희곡은 무대공연을 전제로 써진 글이기 때문에 글 자체에 제약과 글이 무대에 오를 때 변동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무튼 약 2시간20분의 시간 동안 극장 안에서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극의 전환점인 크로그시타트가 헬머에게 노라의 비밀을 폭로하는 편지를 편지함에 넣을 때 노라와 같이 절망하기도 하고, 노라가 편지를 보려는 남편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춤추는 위기 장면에서는 나 역시 긴장하며 극을 보았다. 노라가 집을 나가고 극이 끝나는 암시적인 결말. 그러나 그 뒤, 무대에서 배우들이 관객에게 인사할 때의 린네와 크로그시타드의 다정한 모습과 노라와 헬머가 각각 인사하고 다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극의 뒷장 면은 노라와 헬머에게 기적이 일어나 그 두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확실히 첫 연극관람이라 그런지 재미있었던 만큼 제대로 연극을 관람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컸다. 그래도 이런 멋진 연극을 내 삶의 첫 연극으로 남기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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